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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화 <아바타>(제임스 캐머런, 2009)를 봤습니다. 다시 봐도 놀라운 영상과 역대 세계 최고 흥행기록으로 한때 '아바타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입니다. 무시무시한 군사력을 앞세운 한 민간기업의 폭압적 식민행성 개척 이야기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갖고 싶은 것 위에 누가 살고 있으면 적으로 간주하고 뺏는 게 옳아요?", "저놈들은 애초 타협을 원치 않았어. 불도저로 밀어부칠 명분을 찾고 있었지." 원주민 편에 선 이들의 호소가 지금 현실지구와 어딘가 많이 닮았습니다. 영화에선 원주민 나비족과 지구인이 조종하는 아바타가 연대해 불의와 맞서 싸웁니다. "그들에게 말해줍시다. 이 땅은 우리 것이라고." 이번주 <한겨레S>는 침공 8개월을 넘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느덧 가장 악한 환경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더는 지하 방공호에 내려가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낮에는 카페와 공원에 간다. 그리고 밤이 되면 나의 도시는 여전히 미사일 공격을 당한다. 누가 다음 희생자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 (…)

전선이 교착되면서 잔혹한 상흔만 남긴 채 결국 정전 상태인 ‘동결된 전쟁’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러시아의 핵 위협이 전선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협을 암시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

박정희 유신정권이 막을 내린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긴급조치 피해자와 유족들은 지금도 법정에서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423명 가운데 최근까지 51명만 최종 승소했다. (…)

역학조사 결과 당시 간호사들은 장기입원 고령 환자를 위해 별도의 보호장구 없이 매일 400~600정의 알약을 갈아 가루로 만들었는데, 여기엔 임신부와 태아에게 유해한 약품이 54종이나 포함돼 있었다. (…)

윤석열 정부는 연일 한-일 안보협력을 그 대책의 하나로 강조한다. 그가 강조하는 한-일 안보협력은 국내에서 극단의 반응을 부른다. 북한이나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연대’, 한반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부활시키는 ‘친일’ 노선이라고도 한다. (…)

직립보행을 하는 우리의 다리가 골반에서 수직으로 뻗은 것과 다르다. 코끼리의 긴 코는 코뿐만 아니라 윗입술도 함께 길게 늘어난 것이다. (…)

경찰은 숨진 ㄱ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지만, 빌라 건축주와 부동산 중개 브로커 등 사기 공범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세 사기를 일벌백계해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던 경찰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 (…)

성인은 시속 80㎞까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던 반면, 어린이는 시속 32㎞보다 빠른 차는 얼마나 빠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즉, 아무리 조심해도 빠르게 접근하는 차를 미처 보지 못할 수 있다. (…)

노화 속의 성장이란 변화의 본래 모습인 곡선에 다가가고 익숙해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것이고, 곡선은 신의 것”이라고 말했다 합니다. (…)

중고 엘피 판매에 청춘을 바친 이가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밟은 나의 ‘엘피 선구안’을 높이 살 만하다는 자기만족에 빠져들기도 한다. 하와이 짠내 수집의 최고 행운은 김시스터즈의 미국 진출 음반 <더 김시스터즈: 데어 퍼스트 앨범>을 단돈 2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

달리기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다. 어쩌면 이제 달리기가 목적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숨을 쉬듯, 달리기는 내 일부가 되고 말았다. (…)

그런 우리를 발코니와 거실에서 몇해를 함께 보내고 있는 식물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마음을 피신하는 데서 더 나아가 마침내 자기 마음을 결정하고 스스로 관리하게 된, 한때는 너무 작은 아이였던 어른들을 말이다. (…)

-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