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며칠만 더 늦게 치러졌어도 결과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글쎄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모든 후보에게 똑같이 제공되는, 22일에 이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엔 뭘 했길래요. 대선후보 선출 이후, 예비후보 등록 이후, 차기 주자를 천명한 이후…. 시계를 돌려 보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고 투표소로 이끌어 ‘기호 n번’을 찍도록 설득할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요?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고 했는데, 80%에 가까운 투표율은 어떻게 나온 걸까요? 1, 2위가 그야말로 초박빙의 차이로 갈린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한겨레S>가 찾아낸 답 가운데 하나는, 유권자 지형의 변화와 그에 호응할 새로운 계급 정치의 필요입니다.
"서민과 부자, 청년과 기성세대를 나눠 어느 한쪽에 지지를 호소하는 정치는 수명이 다했다. 새로운 계급정치가 등장할 시점이 됐다. (중략) 한국에서도 이 변화가 어디를 향할지는 모르지만, 40대 이하 신중간계급의 좌파 정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건 분명하다.” (…)
추락하는 출산율은 우리나라 청년이 단지 젊은 ‘세대’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특수 계층’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출산율 저하는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큰 탈을 일으키는 사회문제로 취급되지만, 당사자들에겐 ‘비명’을 지르며 단행하는 ‘출산파업’이라 할 수 있다. (…)
2주쯤 전이었나. <제이티비시>(JTBC) 새 음악예능 <뜨거운 씽어즈>의 첫 홍보 영상이 나온 직후 내 주변 사람들의 인사말은 모두 이것이었다. “혹시 나문희 선생님 노래하는 거 봤어요?” 그럴 법도 했다. 나문희는 언제나 보는 사람을 먹먹하게 만드는 명배우지만, 홍보 영상 속 나문희는 거의 반칙 수준이었다. (…)
새로운 것은 없고 리메이크나 리마스터만 대중문화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변화와 성장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고갈되고, 이제 남은 것은 재활용뿐인 것 같다. 선진국들에서 문화는 사실상 변화와 성장을 멈췄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국의 문화비평가 마크 피셔는 이를 두고 “미래가 서서히 중단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른바 ‘미래 없음’의 시대다. (…)
서울 마포구에서 청년 정치인으로 활동을 하는 김가영(37) 정의당 마포구 지역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겨울 마포구 성산동 주택가 일대를 돌며 지역 주민들에게 작은 시민운동을 제안했다. 자녀 육아나 가족 간병처럼 고된 돌봄노동에 평생을 헌신했지만, 그저 경제활동 없이 집에 있던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조례 제정 운동이었다. (…)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의 가족이 갑작스러운 질환으로 가장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병원은 내가 가입한 의료보험회사가 지정한 병원이 아니었다. 응급실에서는 그 이유로 환자의 치료를 거부한다. 당신은 보험사가 지정한 병원을 찾아 다시 아픈 가족을 데리고 길거리로 나가야 한다.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다. (…)
냉전의 시대는 지나갔다. 사회주의, 자본주의 구별할 것 없이 정치권력이 체제선전을 위해 예술을 손에 쥐고 흔들던 시대도 ‘흑역사’가 되어 사라졌다. 이제야말로 예술은 진정한 독립을 이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권력은 이미 오래전에 시장으로 넘어갔다. 예술은 옛 권력으로부터 해방됐을지 몰라도, 자본이라는 이 새로운 권력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
“아들이 이렇게 죽게 된 것은 심하게 야단을 쳐서 그런 거야, 엄마 책임이야.” 이 이야기를 듣고 영주씨는 마치 정신이 나가는 것 같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부터 자신의 혀가 이상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통증이 지속되었습니다. (…)
전주교구장 김재덕 주교님은 미사 중 강론에서 구속자들의 석방 요구와 함께 유신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미사 후에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 2천여 명이 혜화동 로타리까지 평화 시위를 펼쳤습니다. 한국 가톨릭이 민족사 안에서 새로 태어난 기적과도 같은 사건입니다. (…)
명백하게 부적격이라 생각되는 후보가 최고위 선출직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곧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일까? 독일 출신 정치학자 얀-베르너 뮐러(52)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민주주의 공부>(원제 Democracy Rules, 2021)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
“하와이에 가 보니 생활도 별로 안 바쁘고, 저와 잘 맞을 것 같아서 이민을 준비했어요.”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한 것. 그러던 와중 코로나19가 터져버렸다. 그는 떠나기 전 잠시 머무른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하와이 콘셉트의 식당을 열었다. 그새 가타부타는 유명 식당이 됐고 삼각지역과 인근 신용산역 사이의 조용한 주택가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 ‘용리단길’이 돼버렸다. (…)
삼각지역 근처가 ‘이국적인 식당이 많은 곳’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이국적인 식당은 우연히 비슷하게 도출된 결과일 뿐이다. 이런 곳들이 만들어진 실질적인 이유가 중요하다. 이 시대, 사람이 몰리는 트렌디한 식당은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점주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
머드하우스 소비뇽 블랑은 단일 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드는 싱글 비니어드와 여러 밭의 포도를 모아 만든 와인 두 종류가 있다. 싱글 비니어드가 산도와 알코올 도수가 조금씩 더 높다. 가격도 약간 비싸지만 몇천원 정도 차이로 합리적 수준이다. 적은 비용으로 싱글 비니어드 와인과 일반 와인의 차이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행복지수(1~10점으로 나뉜다)가 우루과이·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콜롬비아는 6점 이상으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5.845점)보다 높다. 국가 경제가 파탄 난 베네수엘라를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도 5점 중후반대로 한국과 엇비슷하다. 정신승리였을까? (…)
뉴발란스는 아디다스와 나이키를 꺾고 업계 1위 브랜드에 오를 수 있을까? 뉴발란스는 제2의 나이키가 될 수 있을까? 확실히 답할 수 있는 것은 뉴발란스는 제2의 나이키가 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뉴발란스는 여느 스포츠 브랜드와는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브랜드의 유산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다기망양(多岐亡羊). <열자(列子)>에 수록된 전국시대 사상가인 양자의 일화에서 나온 말로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는 뜻이다. 사진은 2014년 6월 21일 카자흐스탄 잘빌주 인근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수 만년동안 물길이 바뀌면서 여러 가지 물길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