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겨레 토요판은 이문영 기자의 소중하고도 의미 있는 기획 '책의 오디세이' 3부작의 완결편을 커버스토리로 실었습니다.
국내 대학의 한 도서관에서 무려 45만권의 장서가 '폐기' 처분 판명을 받았던 일, 이에 경악한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책의 구명운동에 발벗고 나선 일, 우여곡절을 거쳐 17만5천여 권의 책을 '구조'해 내기까지 숨가쁘게 흘렀던 시간, 그중에는 레오나르도다빈치의 메모를 비롯해 학술적, 역사적 가치가 높은 책들이 포함돼 있었던 사실, 끝내 구명되지 못한 소중한 책 25만권이 결국 폐기돼 포장지로 재활용되게 된 기막힌 사연까지를 1부와 2부에 나누어 전해드렸습니다.
가까스로 생명을 건진 책들도 선뜻 받겠다는 곳이 없어 쩔쩔매던 중, 경남 양산의 대사찰인 통도사사의 방장이자 조계종 종정인 성파 스님이 귀한 책들을 기꺼이 가져와 보관하기로 한 이야기를 3부에 담았습니다.
국내 대학들의 도서 폐기 움직임은 엄청난 공간 차지와 관리 비용이 일차적 이유입니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깊고 느린 종이책이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환경에 밀려나는 현실, 인문학의 전반적 퇴조라는 시대적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책 오디세이 3부작은 이런 시대에 종이책의 가치와 쓸모를 재발견하고 바람직한 대책을 함께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런 기획은 한국 신문의 문법을 새로 쓴 한겨레 토요판이 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 발행을 끝으로 한겨레 토요판은 역사의 한 장을 마감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결단이지만, 그래도 한 시대의 마감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변화라는 건 분명합니다. 아쉬움이 깊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단단한 디딤돌이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겨레 토요판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