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러지지 않는 것들엔 우수수 떨어질 이야기도 없다. 나무가 종이가 되고, 책이 되고, 쓰레기로 폐기되는 ‘여정’엔 인간의 시간이 접고, 찢고, 얼룩을 남긴 이야기의 지문이 묻어 있다. 그 이야기들은 생성부터 삭제까지 먼지 한 톨 내려앉지 않는 디지털의 서가에선 읽을 수 없다. 바짝 삭아 손만 대도 부서지는 종잇장을 펼칠 때 시공을 건너와 지금 여기로 쏟아진다."
한겨레 토요판은 작가·독자와 시대까지 몸에 새기며 낡고 해져 사라지는 ‘종이책의 시간’을 추적했습니다. 시대와 공간을 가로지르고, 역사와 개인이 얽혀드는 유장하고도 섬세한 '비블로스 오디세이아(책의 오디세이)' 이야기를 한겨레 토요판이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첫 이야기는 530여년 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됩니다.
조일준 토요판부장 ilju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