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이 유신 헌법으로 장기 독재의 틀을 갖추고 야만적 폭압을 더해가던 시절, 언론인 리영희의 첫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창비, 1974)가 나왔습니다.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국내에 처음 폭로하고, 미-중 데탕트를 비롯해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포착해 알렸으며, 민주주의와 평화의 열망에 불을 지핀 기념비적 저작입니다. 올해는 시대의 어둠을 깨워 이성의 빛을 비춘 그 책이 나온 지 꼭 50년이 됩니다.
이번주 한겨레 토요판은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가져온 지적 충격파가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바꿔놨는지, 그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그의 삶을 따라가며 되짚어 봤습니다.
"이 책은 유신체제의 한복판에서 터진 지적 다이너마이트였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정신을 가두었던 무지의 장벽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세계관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책이 일으킨 폭발력으로 유신이라는 감옥이 일거에 흔들렸다. 암흑 속에 다시 빛이 들기 시작했고 반유신 항거의 의지가 잠을 깨고 일어났다. 궁정동에서 유신을 끝내는 총성이 울리기 5년 전에 리영희의 첫 책은 천둥처럼 울리며 유신의 심장을 강타했다."
조일준 토요판부장 ilju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