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토요판은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 한국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한강의 작품 세계의 뿌리를 살펴봤습니다.
(...) 한강의 아버지이자 소설가인 한승원이 광주에서 가족을 데리고 서울로 이사한 때가 1980년이다. 5·18 군홧발은 피했으나, 1982∼83년께 교사 신분으로 광주에서 가져온 사진집과 비디오테이프가 결국 한강을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려는 “증언 문학”(노벨 문학상 심사위원회 평가)으로까지 떠밀 것을 아버지는 예상하지 못했겠다.
책장 안쪽에 책등이 안 보이도록 뒤집어 꽂아둔 사진집을 13살 즈음의 한강은 밤 몰래 꺼내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에는 그 장면이 이렇게 쓰여 있다.
“마지막 장까지 책장을 넘겨, 총검으로 깊게 내리그어 으깨어진 여자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을 기억한다. 거기 있는지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내 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 없이 깨어졌다.”
‘소년이 온다’가 쓰이기 전인 2011년 한강은 “꼭 그 영향만은 아닐 테지만 그후 오랫동안 ―어쩌면 지금까지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