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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사정이 열악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충남 태안군과 부산 사상구, 두 곳의 보건소(태안군은 보건의료원)를 취재하면서 코로나19와 말 그대로 사투를 벌인 직원들이 존경스러웠고, 할 일은 더 늘었는데 인력은 더 줄어버린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이 분들이 안쓰러웠습니다. 이걸로 그쳐선 안 됩니다. 특단의 조처가 없으면, 국민 건강 관리의 첨병인 보건소는 유명무실해질지도 모릅니다.

서 간호사가 방문한 시간은 50분가량. 어느 병원이 환자에게 이만큼의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 어떤 의료진이, 환자가 해조류를 못 먹어서 속상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주며 말벗이 돼줄 수 있을까. 바로 그 일을 전국의 보건소에서 ‘취약계층 방문 건강관리’라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태안군보건의료원에선 간호사 5명이 한달에 600여명을 돌본다. (…)

의도와 관계없이 미국은 러-우 전쟁의 전략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대미 안보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고,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는 당분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으며, 미국이 목표로 삼은 러시아의 약화와 고립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1년이 지난 전쟁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독립을 지원하는 게 서방이 중·러 블록과의 열전을 막고 유리한 관리 체제를 만드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 주민의 무고한 죽음을 막고 미래를 담보한다. (…)

올해 뮌헨회의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이는 단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다. 쿨레바 장관은 단호했다. “1년 전 뮌헨에서 사람들은 우리가 24시간, 48시간 이상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수없이 증명했고, 역사에서 작은 나라가 큰 군대를 이긴 사례는 많다. 우린 이길 거다.” (…)

쪽방에서 4개월 간격으로 숨진 부자가 60만원의 예산이 없어 사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기 어려웠다. 사망자에게 1년이 넘도록 쌀이나 과태료, 전기료 독촉장 등을 보내오는 일도 흔히 목격됐다. (…)

이 일은, 식권 받는 일쯤이 아니다. 하객이 횡렬해 한꺼번에 몰려들어도 혼비백산하지 않아야 한다. 잊고 그냥 들어가는 사람 없게 식권을 받고, 서명이나 도장이 빠진 식권을 걸러내어 다시 받아오게 하고, 한번 들어와서 나가면 재입장이 안 됨을 알리고 설득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을 땐 재입장자와 아닌 사람을 구분해 내야 한다. (…)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은 인구 전문가 그룹 내에서도 충격적인 숫자였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인구소멸 수준의 출산율”이라고 말했다. (…)

달래로 만드는 요리 가운데 가장 클래식한 것은 단연코 달래장이다. 별다른 것 필요 없이 다진 달래와 간장, 참기름 약간만 있으면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 달래의 알싸함과 간장의 달짝지근한 감칠맛, 그리고 참기름의 고소함은 누구에게나 맛있게 느껴진다. (…)

미더덕덮밥을 주문했다. “이거 한 번 먹으면 담부터 멍게덮밥은 못 먹어.” 멍게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차원이 다르다고 할까. 들어가는 재료와 식감은 비슷한데 훨씬 깊고 그윽한 맛이 났다. 봄에 물 오른 진달래꽃을 따 입에 물고 계절의 달콤한 기운을 느낀 적 있다.  (…)

가방 속에 자기 돌봄을 위한 비밀 병기를 넣어 다니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중요한 미팅이나 발표를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다스리기 좋기 때문이다. 들숨에 향기로 인해 밀려드는 기분 좋은 감정과 안도감에 집중해본다. 괜찮아, 잘될 거야, 잘하고 있어. 그렇게 나를 다독인다. (…)

그 모든 풍경이 낯설고 아름다웠다.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건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루마니아의 북부 마라무레슈로 올라오니 사람들의 다정함이 더 깊어졌다. 한 번의 여행을 마친 후에 한 사람이 남는 여행이 내게는 늘 최고의 여행이었다. (…)

우리가 진리라고 여겨왔던 많은 것들, 합리성과 이성에 근거한 담론 체계도 의심스러우며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최근 챗지피티(GPT)의 등장으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인공지능이 몇 분 만에 미디어 기사를 만들어 놓고, 인간을 통제할 법률까지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기자의 대체가 될지 모를 챗지피티의 상용화에 그동안 권력자의 구미에 맞는 천편일률적인 기사를 남발했던 미디어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인공의 윤리 속에 미디어의 미래가 어디로 갈지 너무도 궁금하다.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전시장. 

-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